김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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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채식김치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7:56
- 조회수471
전 세계적으로 채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 때문에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환경과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채식을 마음먹은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에 동참하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도 확대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이 주목하는 음식, 김치
채식주의자는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완전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비건Vegan’이라고 하고, 채식에 유제품을 먹으면 ‘락토(Lacto vegetarian)’, 유제품에 달걀까지 먹으면 ‘락토-오보(Lacto-Ovo vegetarian)’, 달걀과 유제품 및 해산물을 먹으면 ‘페스코(Pesco vegetarian)’, 가금류까지 먹으면 ‘폴로(Pollo vegetarian)’라고 한다. 주로 채식을 하지만 종종 고기도 먹는 사람들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하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로 국물을 낸 음식은 먹지만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비덩(非덩어리)주의자’, 즉 채식 지향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채식하는 이들에게 김치가 매력적인 음식임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치는 채소가 주재료이며 종류도 다양하고 건강에도 좋으니 이만한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채소만 먹는 비건에게는 김치에 해산물이나 고기로 우린 육수, 젓갈을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은 양념의 간을 맞추고 감칠맛을 더한다. 젓갈이 아니라도 해산물이나 사골 국물, 멸치 육수로 맛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는 시원하고 깊은 맛을 더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젓갈이나 해산물, 고기 육수를 쓰지 않고 채소만으로 맛있는 김치를 담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채식김치’를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사찰이다.
담백하게 만드는 사찰김치
우리가 김치를 먹어 온 세월이 천 년이 넘은 만큼 사찰김치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충청남도 보은의 법주사와 전라북도 남원의 실상사 등 삼국시대의 사찰에서 김치 같은 저장 식품을 보관할 때 쓰는 옹기(독)와 돌항아리가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의 김치 역사가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되었고, 사찰을 중심으로 김치의 초기 형태인 채소 절임을 먹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찰은 스님들이 수행하며 함께 사는 공동체다. 스님들은 음식 만드는 것을 수행으로 여겨 김치도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담근다. 경상남도 합천의 해인사에서는 해마다 무려 배추 5천 포기로 김장을 하는데, 이는 해인사 스님들과 사찰을 찾는 이들이 다 같이 나누어 먹기 위한 것이다. 나흘 동안 진행되는 김장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하는 것)에는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한다. 많은 이들이 김장을 공덕 쌓는 일이라 여기며 한마음으로 정성껏 김치를 담근다. 사찰에서 만들어 먹다가 민간에 전해진 김치도 있다.
사찰이 주로 깊은 산에 있다 보니 산나물로 김치를 담갔는데, 참나물에 고춧가루와 들깻가루를 넣어 만드는 참나물김치가 대표적인 사찰김치로 꼽힌다. 이외에도 산미나리김치, 호박김치, 죽순물김치, 불뚝김치 들이 있다. 불뚝김치는 상추를 대까지 잘라 담근 김치를 말한다. 살림집에서 담그는 김치는 젓갈을 빼고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가에서는 살생을 금하기 때문에 육류는 물론이고 해산물이나 젓갈도 쓰지 않는다. 또 오신채(五辛菜)도 넣지 않는다. 오신채는 자극적인 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로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이른다. 이들 채소는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 음란하고 방탕한 마음)을 일으켜 수행을 방해한다고 한다. 사찰음식은 자극적인 양념을 피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드는데, 김치 또한 마찬가지다. 육수 대신 버섯 등으로 채수를 내고, 파와 마늘 대신 찹쌀풀, 늙은호박죽, 잣즙, 들깨즙, 땅콩즙 등을 넣어 맛을 더한다. 또 간장을 넣어 감칠맛을 살리거나 아예 장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젓갈이나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는 맛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채식 인구가 늘어나고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김치 제조업체들도 앞다투어 채식김치를 내놓고 있다.
김치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
수진 씨는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새우야 안 먹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김치였다. 김치에 들어간 새우젓이 아이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고, 수진 씨는 아이가 김치를 먹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김치와 김치찌개, 김칫국을 빼고 상을 차리자니 번거롭기도 했고, 아이가 김치 아닌 다른 채소 반찬은 전혀 먹으려 들지 않아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러다 구입하게 된 채식김치는 수진 씨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었다. 김치는 아이 입맛에 잘 맞았고,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키지 않았다. 밥과 국, 김치만 있으면 뚝딱 밥상을 차려 낼 수 있어 식사 준비도 한결 수월해졌다. 무엇보다 몸에 좋은 김치를 아이에게 먹일 수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그래서 수진 씨는 앞으로도 쭉 채식김치를 먹을 생각이다. 수진 씨네 아이처럼 새우 알레르기가 있어 김치를 못 먹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젓갈의 비릿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럴 땐 채식김치가 제격이다.
ⓒ 『김치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세계김치연구소 지음, 콘텐츠하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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