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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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김치의 가짓수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8:02
- 조회수5298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얼른 떠올려도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동치미, 파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부추김치 등이 있다. 지금 나열한 김치 말고도 재료, 만드는 시기, 담그는 방법 등에 따라 김치의 종류는 250여 종이나 된다. 그중에서도 담그는 방법에 따라 다시 또 세세하게 나누면 무려 1천여 가지에 이르고, 이를 넘어 김치가 세계화, 현지화되면서 김치의 가짓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배추와 무로 담그는 김치
우리 밥상에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김치는 배추김치다.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가 포기마다 양념을 채워 익힌 뒤 먹는다. 배추김치 가운데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담그는 백김치도 있다. 백김치에는 국물을 많이 붓기 때문에 맛이 순하고 시원하다. 1980~1990년대에 배추를 구하기 어려운 군부대에서는 배추 대신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양배추김치는 배추김치와는 또 다르게 달착지근하면서 식감도 아삭하여 별미다. 무로 담근 김치 가운데 가장 많이 먹는 것은 깍두기다. 깍두기는 무를 작고 네모나게 썰어 소금에 절인 후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든다. 동치미는 자그마한 통무를 소금에 굴려 2~3일 저장하여 수분을 뺀 뒤에 파, 마늘, 생강, 갓, 배, 삭힌 고추 등을 넣고 소금물을 부어 담근다. 먹을 때는 무를 썰어 시원한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는다. 나박김치는 무를 얄팍하면서 네모지게 나박나박 썰어 소금에 절인 다음 고추, 파, 마늘, 미나리 따위를 넣고 국물을 부어 담근다. 국물은 고춧가루를 베 보자기에 비벼 붉은색이 우러나게 한 소금물을 쓰지만, 요즘에는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기도 한다. 총각김치는 무청이 달린 총각무로 담그는데 알타리김치, 달랑무김치 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열무김치가 있다. 예전에는 어린 무의 싹을 뽑아 담갔지만, 지금은 열무가 따로 개량되어 나온다. 열무는 무와 무청을 모두 먹는데, 주로 여름철에 담가 먹는다.
오이소박이와 파김치
대표적인 여름 김치로 오이소박이가 있다. 오이소박이는 십자로 칼집을 낸 오이에 부추를 넣은 양념을 채워 만든다. 오이의 찬 성질과 부추의 따뜻한 성질이 조화를 이뤄 건강에 좋을뿐더러 오이의 아삭아삭한 식감도 일품이다. 파김치는 맛이나 모양의 특징이 조금 독특하다. 막 담갔을 때는 파 특유의 알싸한 향이 입맛을 돋우는데, 푹 익으면 알싸한 향은 사라지고 일반 김치처럼 시큼한 맛이 난다. 파김치만의 독특한 맛을 즐기려면 너무 익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파김치가 익으면 뻣뻣했던 파 줄기에 양념이 배면서 축 늘어지는데, 흔히 이 모양을 보고 지쳐서 녹초가 된 사람에게 비유적으로 ‘파김치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나물과 해물로도 담근다
흔히 들어 보지 못한 독특한 김치들도 많다. 텃밭에서 키우는 상추, 쑥갓, 가지, 미나리, 깻잎, 고구마줄기, 콩잎 같은 다양한 채소가 김치의 재료가 되고, 들에 흔하게 핀 고들빼기, 민들레, 돌나물, 도라지로도 김치를 담가 먹는다. 또한 지역에 따라 구하기 쉬운 재료들을 활용해 김치를 담그는데, 해산물이 흔한 제주도와 전라남도 완도에서는 내륙에서는 보기 힘든 전복으로 김치를 담근다. 전복김치는 전복을 살짝 데쳐 내장을 제거한 뒤 얇게 저미고, 무를 납작하게 썰어 소금에 절인 다음 배와 유자, 대파, 생강을 채 썰어 넣고 소금물을 자작하게 부어서 삭히면 된다. 또한 콩나물콩이 많이 나는 전주 지역에서는 콩나물로 물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콩나물김치는 콩나물을 데쳐 양념들을 넣고 소금물을 부어 담근다. 숙김치라는 김치가 있다. 치아가 약한 노인들을 위해 무를 삶아서 담그는 김치다. 김치의 아삭한 식감은 사라지지만 씹기에 부드러워 노인들에게는 먹기 편한 김치다. 숙김치는 무 말고도 열무, 오이, 두릅, 미나리 등을 데쳐서 담그기도 한다.
달콤한 과일로 담그는 김치
과일로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 과일로 담근 김치는 달고 향이 좋으며 색도 곱다. 사과와 배로 만든 깍두기를 비롯해 참외김치, 수박껍질김치, 토마토김치, 복숭아김치, 샤인머스캣김치도 있다. 토마토김치는 단단하고 약간 푸르스름한 토마토에 미나리, 오이, 파프리카 등을 함께 넣어 담근다.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담그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담근 토마토김치도 있다. 복숭아김치는 딱딱한 복숭아로 담그는 물김치로, 고춧가루 대신 홍고추를 넣고 파프리카를 더해 고운 색을 낸다. 더운 날 국물과 함께 시원하게 먹으면 좋다.
먼 나라에서 온 새로운 채소를 활용한 김치
“한국인들은 새로운 채소를 보면 일단 김치로 담가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김치로 담글 수 있는 채소는 무궁무진해서 실제로 먼 나라에서 들어온 루콜라나 콜라비, 박하도 김치의 재료가 된다.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루콜라는 피자나 샐러드에 넣어 먹는 채소로, 열무와 식감이 비슷하고 향긋해 김치를 담가도 맛이 좋다. 콜라비는 북유럽의 해안 지방이 원산지로 양배추와 순무를 교배시켜 만든 채소다. 맛이 순하고 달기 때문에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삶거나 말려서 먹기도 한다. 무 대신 콜라비를 잘라 깍두기나 물김치를 담그면 달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박하김치는 박하 잎과 양배추, 무 등을 넣고 담그는 물김치인데, 산뜻한 향이 입맛을 돋우어 한식은 물론이고 서양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김치는 어떻게 어마어마한 가짓수를 자랑하게 된 것일까? 이는 우리 조상들이 김치가 익는 발효 원리를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서다. 원재료가 부족하면 대체할 것을 부지런히 찾아 창의력과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김치를 만들면서 말이다. 지혜로운 조상 덕분에 우리는 지금 온갖 김치들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 『김치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세계김치연구소 지음, 콘텐츠하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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