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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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김치가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떤 김치를 먹었을까?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5:16
- 조회수1470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시장은 김장 재료를 사러 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어우러져 북적인다. 김장 재료 준비의 기본은 좋은 배추를 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배추’라고 부르는 배추는 잎사귀가 공을 감싸듯이 겹겹이 둥글게 속이 차는데, 그래서 ‘결구(結球)배추’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재배하고 있는 결구배추는 중국 화북 지방의 배추를 개량한 것으로, 처음에는 중국에서 종자를 구해 와 재배하다가 1700년대부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1800년 전후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종자를 얻어 올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재배되면서, 결구배추는 빠르게 김장김치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결구배추, 배추김치의 시대를 열다
《해동잡록(海東雜錄)》의 〈성현(1439~1504)〉편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숭채를 배추라 하여, 한양 성문 밖에 많이 심어 이익을 본다”라고 되어 있다. 배추가 조선 전기부터 식재료로 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종자를 들여와 재배했기 때문에 꾸준한 생산이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일부 계층 사람들만이 먹을 수 있었다. 당시 김치는 항아리 안에 주재료와 양념을 넣고 그 위에 국물을 붓거나 양념을 번갈아서 켜켜이 넣는 방식으로 담가서, 아무리 단맛이 나는 배추라고 해도 깊고 풍부한 맛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1800년대 이후 개량된 결구배추가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재배 면적도 점차 확대되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조리법 또한 발달했다. 풍성하고 속이 꽉 찬 결구배추의 이파리 사이사이에 양념을 끼워 넣고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맨 바깥 배춧잎으로 몸통을 감싸서 항아리에 담는 방식이 나온 것이다. 덕분에 양념이 배춧잎 사이에 잘 스며들어 맛이 풍부해졌다. 1800년대 말에는 김치에 최적화된 품종으로 서울배추와 개성배추가 개량에 성공하며 중국 배추보다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 우리가 재배하는 배추는 20세기 초 다시 한번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 우리나라 토종배추와 결구배추
섞박지에서 통배추김치까지
통배추에 적합한 결구성 배추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배추를 잘게 잘라 다른 재료들과 섞어 ‘섞박지’를 만들어 먹었다. 섞박지는 적당한 크기로 썬 무나 배추, 가지, 동아, 갓 같은 채소와 젓갈, 파, 마늘, 고추 같은 양념들을 항아리 안에 한 켜씩 번갈아 넣어 만든 김치였다. 그러다가 채소와 젓갈, 양념을 모두 버무려 먹었는데, 버무린 섞박지를 그대로 배춧잎 사이사이에 넣어 만든 것이 초기의 배추김치다. 이후 섞박지를 배춧잎 사이사이에 넣기 쉽도록 무를 채 치고 다른 채소들도 잘게 썰게 된 듯하다. 버무린 양념을 배춧잎 사이에 넣고 바깥 잎으로 감싸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 보기에도 좋고, 항아리에서 한 포기씩 꺼내 먹기에도 좋았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배추김치를 지금 우리가 가장 즐겨 먹게 된 것은 줄기의 아삭한 식감과 이파리의 잘 버무려진 양념 맛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일 것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배추김치는 오늘날 김치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다만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다른 김치들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아쉬움도 생겼다. 김치가 어떤 음식인지 알리는 데에 배추김치가 큰 몫을 했지만, 이제는 배추김치뿐 아니라 다양한 김치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맛과 영양, 매력이 넘치는 전국의 이색 김치들이 각 지역의 로컬푸드로서 주목받기를 기대한다.
ⓒ 『김치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세계김치연구소 지음, 콘텐츠하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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