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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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김치, 백성을 살핀다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5:09
- 조회수1326
궁중 김치라고 하면 궁에서 왕이 먹는 김치이니 으레 ‘화려할 것이다’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화려하다’는 건 ‘검소하다’라는 긍정적인 덕목과 반대되는 부정적인 평가였다. 검소, 베풂 등의 가치가 선(善)으로 인식되었던 조선 사회에서 사치를 부린다거나 인색하다는 평가는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왕은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했기에 왕의 식단은 화려함을 추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궁중 음식은 화려하다’라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궁중 김치에 대한 탐구는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국가의 모든 것을 살피는 왕
왕은 이념적으로 조선의 모든 것을 주재하는 존재였다. 한 해의 풍흉 또한 왕의 관리·감독 아래에 있었다. 왕은 봄 가뭄, 여름 장마, 가을 태풍 등의 자연재해를 걱정하며, 농사에 피해는 없는지 살폈다. 그리고 가을이면 농사의 결실을 살펴 세금을 부과했다. 현물 납부 체계를 운영·유지했던 조선 전기에는 공물로 올라온 각 지역의 특산물들이 사옹원(司饔院, 궁중의 음식 관련 일을 맡아보던 조선시대의 관청)의 조리를 거쳐 왕의 밥상에 올려졌다. 왕은 밥상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 재료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상납한 지역의 안부를 묻고 형편을 살폈다. 공물은 임금에게 진상할 식재료였기에 최상품으로만 엄선되었다. 이후 현물 대신 쌀로 세금을 거두고 필요한 물품은 시장에서 조달하는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궁중 내 식재료 유통 과정이 달라졌다. 그래도 조선 팔도의 특산품들이 왕이 사는 한양 도성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일에는 변함이 없었고, 이 또한 상품성을 갖춘 재료들로만 선별되었다.
서울로 모인 지역의 특산품
현물을 거두지 않는다고 해서 왕의 밥상에 올라가는 음식의 종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특정한 계절에만 토산품을 공납 받을 때와 달리, 필요한 재료를 시장에서 구입하니 상차림은 오히려 다양해졌다. 한편 궁궐의 각종 의례 및 행사 등에 필요한 물건들은 담당 관서를 두고 직접 재배·관리하도록 했는데, 이 가운데 채소와 과일들을 재배하고 관리하는 관서는 사포서(司圃署)였다. 지방에서 올라온 최상품의 특산물과 관서에서 재배한 채소들은, 사옹원 소속 요리사들의 손을 거쳐 왕의 밥상에 올려졌다. 전수받은 조리법, 다양한 재료 경험, 실력과 경력에 따른 승진 등 사옹원의 요리사들은 솜씨가 부족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좋은 재료와 뛰어난 요리사의 만남은 보기에도 좋고 맛도 훌륭한 음식들을 탄생시켰다.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재료로 만든 음식들, 여러 가지 재료가 아낌없이 사용된 음식들, 이것이 궁중 음식의 특징이었다.
왕실에서는 어떤 김치를 담갔을까
우리 전통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기록’이다. 우리 선조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록을 남겼다. 음식에 대한 기록도 예외는 아니어서, 덕분에 우리는 고문헌 속 기록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과 김치의 종류에 대해 알 수 있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수원 화성행궁에서 성대하게 열었다. 행궁에 별도의 주방을 설치하여 노인을 위한 특별식을 만들어 올리도록 했는데, 이때의 기록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담겨 있다. 화성궁으로 행차하는 길에 차렸던 밥상에는 미나리김치, 무김치, 배추김치, 섞박지, 산갓김치, 동아김치, 꿩김치, 젓국지, 굴김치 등이 올랐다고 적혀 있다. 조선 말기 왕실의 김장 풍속은 1910~1920년대 신문기사에서 볼 수 있다. 김치를 150여 독이나 담가 열여섯 칸이나 되는 김치광에 빼곡하게 묻어 두고 왕실과 친족들이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때 담근 김치는 섞박지, 깍두기, 보싼김치(지금의 보쌈김치), 동치미, 장김치, 통배추김치 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궁에서 쓰는 간장은 10~15년을 묵혀 두어 맛이 조청같이 달아서, 궁중 간장으로 만든 장김치와 낙지, 굴, 소라 같은 해물을 넣어 만든 보싼김치의 맛은 정평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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