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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이름의 역사

  • 작성자세계김치연구소
  • 작성일시2024.05.13 11:48
  • 조회수15891
김치는 언제부터 ‘김치’라고 불렸을까? 1955년 만도기계에서 출시한 김치냉장고의 브랜드는 ‘딤채’다. 김치와 딤채는 어떤 연관성과 차이가 있을까?
또한 재료에 따라 ○○김치라고 부르는가 하면, 섞박지·소박이처럼 김치라고 부르지 않는 김치도 있다. 대체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된 유래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디히와 딤채
김치를 뜻하는 옛말에 ‘디히’가 있다. 장에 담근 김치라는 의미의 ‘장아찌’는 장앳디히가 변한 말로, ‘디히’가 ‘지히’와 ‘지이’를 거쳐 ‘지’로 굳어진 것이다. 오늘날에는 짠지, 오이지 같은 절임류를 나타내거나 묵은지, 섞박지, 싱건지처럼 이름 끝에 어미로 붙어서 사용되고 있지만 전라도 지역에서는 여전히 김치 자체를 ‘지’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김치의 어원은 ‘딤채’다. ‘침채(沈菜)’의 고려 이전 음이 딤채였고 ‘딤채 → 짐채 → 짐치 → 김치’로 음운 변화를 거쳐 정착한 것으로 본다. ‘沈菜’는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로, 채소를 절여 발효시킨 음식을 표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만든 조어造語다. 발음을 딤채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신라시대부터 사용한 용어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한글이 창제되기 전이라 한자어를 빌려 김치를 표기했을 뿐, 이를 두고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치 이름 짓기 : 재료, 조리법, 모양
오늘날 김치는 대개 배추김치를 지칭한다. 배추김치는 배추를 주재료로 만든 김치로서, 여러 김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미 알다시피 김치에는 수 많은 종류가 있고, 대부분 파김치, 갓김치, 고들빼기김치처럼 주재료에 김치를 붙여 부른다. 이와 달리 ‘깍두기’처럼 이름에 김치를 붙이지 않는 김치도 있다. 무를 작은 크기로 네모나게 깍둑썰기하여 담근 김치를 깍두기라고 하는데, 깍두기라는 이름이 먼저 생기고 깍두기 모양을 따서 ‘깍둑썰기’라는 조리 용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깍두기 무의 크기는 대개 2~2.5cm 정도이지만, 20세기 이전의 깍두기 담금법을 보면 무를 가능한 한 굵직하게 썰도록 제안하고 있다. 채깍두기, 두쪽깍두기, 통깍두기, 알무깍두기 등과 같이 현재 기준으로는 무김치라고 불릴 만한 것까지 깍두기로 통칭해 불렀다. 깍두기는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나 그런 신세’를 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무줄놀이나 말타기놀이처럼 편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 수가 홀수라 한 아이가 남거나 규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어린 동생이 끼어 있을 때 깍두기를 하게 한다.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깍두기 김치는 무를 자르고 남은 끄트머리나 김치를 담그고 남은 가장자리(갓데기), 껍데기(것대기) 등의 허드레 재료를 모아 만든 데서 유래한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 궁중에서는 깍두기를 ‘송송이’라고도 불렀는데, 아마도 무를 송송 써는 모양에서 따왔을 것으로 보인다. 총각김치의 이름은 전통시대 남자아이들의 머리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요즈음 ‘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지만, 원래는 ‘총각하다’라는 동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묶을 총(總)’에 ‘뿔 각(角)’ 자를 써서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서 뿔처럼 위로 묶는 모양을 뜻했다. 그러다가 남자가 관례나 혼례를 치르면 상투를 틀어 올리게 되면서 총각이 ‘미성년’ 혹은 ‘미혼’과 동의어로 굳어진 것이다. 총각김치의 총각무는 바로 그러한 머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총각김치는 ‘알타리김치’라고도 불리는데, ‘알타리’는 작고 단단한 무가 뿌리 끝에 알처럼 달리는 모양새를 보고 붙인 이름으로 ‘알달이’라고도 했다. 

△ 다양한 어원을 지닌 김치 이름들

총각김치가 생긴 모양새를 본 따 이름을 붙였다면, ‘소박이’는 만드는 방법에 착안하여 지은 이름이다. ‘소박이’는 오이, 가지 등을 서너 갈래로 갈라서 그 안에 양념소를 넣은 것을 뜻한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이름 붙일 대상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따다 직관적으로 부르기도 하고, 혹은 여러 특징을 포괄하는 추상화 과정을 거쳐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이 오랜 세월 만들어 먹어 온 김치에는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 모양, 시기 등 저마다의 특징에 따라 각자 알맞은 이름이 주어진 것이다.

ⓒ 『김치에 관한 세상의 모든 지식』(세계김치연구소 지음, 콘텐츠하다, 2022)
※ 본문과 그림은 '세계김치연구소' 저작물로 '김치콘텐츠통합플랫폼'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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